3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 철저히 밝혀야 | 중앙일보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3월 4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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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 철저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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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우리·신한·하나은행서 불법 거액송금 의혹

내부 통제에 허점…경영진·금감원도 책임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 3조원대의 수상한 외환거래가 발견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에서 벌어진 일이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우리은행 지점에서 8500억원, 신한은행 지점에서 1조3000억원이 석연찮은 명목으로 중국과 일본 등으로 빠져나간 내역이 담겼다.

검찰은 수입대금을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액의 외화를 취급할 것 같지 않은 신생 법인이나 중소업체들이 해외 송금자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선 해당 거래의 90% 이상이 골드바(금괴)나 반도체 칩을 수입한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해당 제품을 국내로 들여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업체당 많게는 수백 차례에 걸쳐 쪼개기 방식으로 해외 송금이 이뤄졌다고 한다.

아직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지 않다. 검찰은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거래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 비교적 싼값에 암호화폐를 들여오고 나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렇게 번 돈을 다시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 우려되는 건 지금까지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닐 수 3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 철저히 밝혀야 | 중앙일보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도 유사한 형태로 이뤄진 1조원가량의 수상한 해외 송금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하고 일부 지점의 관련 업무를 정지한 일도 있었다. 금감원은 국내 모든 은행에 오는 29일까지 수상한 외환거래가 더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에서 은행 직원이 적극적으로 공모한 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외국환거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거래를 했다면 글로벌 자금세탁 방지 협약과 국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은행이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과 관련 서류를 정확히 확인하고 법규를 준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은행에서 동시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 점은 국내 금융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검찰과 금감원은 수상한 해외 송금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위법을 저지른 은행 관계자가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은행 경영진은 내부 통제 실패에 책임을 느끼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감원도 사전 단속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현장검사에 임해야 한다.

대규모 외환 이상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하면서 은행에 책임을 물을지, 묻는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제재가 가해질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제재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과 연계된 시세차익, 자금세탁 정황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검사에서 외환 이상거래가 발견된 은행이 외국환거래법, 특정 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을 위반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상 은행이 외환 거래 시 입증서류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거래였는데 이를 확인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특금법상으로는 고객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했는지도 쟁점이다. 외환거래 규모가 커 위법한 부분이 적발될 시 일선 영업점을 넘어 은행이나 지주 전체에 대한 제재로 확대될 가능성도 3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 철저히 밝혀야 | 중앙일보 제기된다. 현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측은 관련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송금했다는 입장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외국환거래법, 특금법상 점검 사항을 통해 검사가 진행 중인데, (외환송금) 절차와 관련해서 제대로 안됐다거나 (담당 은행 직원) 면담 등을 통해 실체가 더 규명돼야 한다”며 “은행권 외환거래 시스템이 모든 이상 거래를 완벽하게 추출하지 못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 외환거래 규모 [그래픽=아주경제 DB]

금감원이 이상 거래를 사전에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 차이를 노린 불법 외국환 거래는 그동안 꾸준히 발생해왔다. 금감원은 사전에 은행권에 이상 외환거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고, 모든 거래를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엄일용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작년 4월 김치 프리미엄 거래가 많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 시기에 현황을 파악하고 은행을 상대로 (주의를) 당부했다”며 “이 같은 모니터링, 검사를 통해 시장에서 위험성과 업무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이런 걸 회피하는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의 한계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외환 이상거래의 자금 흐름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부터 시작됐는데, 금감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이전의 거래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 즉, 해당 자금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외환 이상거래의 대부분이 가상자산과 연루돼 있고, 추가로 발견된 정황들 또한 가상자산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 이상거래를 한 송금업체의 환치기 여부도 금감원이 아닌 검찰이나 관세청이 확정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엄 국장은 “금감원은 국내 자금 흐름은 파악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들어온 자금까지 알 수는 없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감독 대상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이상거래도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와 거래를 하는 은행을 통해 파악했다”고 말했다.

외환거래 사전신고 의무폐지…기존 외환법 폐기하고 새로 만든다(종합)

외환거래 사전신고 의무폐지…기존 외환법 폐기하고 새로 만든다(종합)

태국 소재 기업의 지분 50%를 취득한 B 기업은 추가로 출자할 때 사전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매년 사후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자본거래 시 사전신고 등을 규정한 기존 외국환거래법을 폐기하고 23년만에 새로운 외환법을 만든다.

외화 등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전 신고를 폐지해 외환거래와 투자를 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5일 '신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해외 송금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그간 증가해왔으나, 여전히 외환거래를 하는 데 있어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신고 절차가 복잡해 부지불식간에 법규를 위반하거나 해외 직접투자 시 매년 사후보고하도록 하는 등 기업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외환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거래 및 지급·수령 단계에서의 사전신고를 폐지한다.

사전에 인지를 못 했을 때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일부 거래에 대해서만 신고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법이 사전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사항을 열거했다면, 새로운 외환법은 미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신고대상을 열거하는 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정부는 동일 업무·동일 규제 원칙하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외국환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증권사 등은 환전·송금 업무에 제한이 있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등에 규정된 금융기관들의 외국환업무는 허용하면서 필요한 규율 등을 부과하는 식으로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법령 체계도 전면 개편해 일반 국민의 외환법에 대한 접근성도 제고한다.

기존 조문 체계는 원칙을 명시한 뒤 예외와 예외의 예외를 덧붙이는 식이어서 매우 복잡했다.

금융기관들도 숙지하기가 어려워 매번 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정도였다.

정부는 원칙-예외라는 구조로 법령 서술체계를 단순화한다.

단계적인 원화 국제화 기반 마련, 해외직접투자 규제와 거주자의 해외증권취득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가상자산 등장 등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너무나 과도한 형벌 책임을 부과하는 측면이 있어서 형벌 조항에 대해서도 다른 법령과 비교해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경제 안보가 나날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이러한 테마에 맞춰 외국환 법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거래 사전신고 의무폐지…기존 외환법 폐기하고 새로 만든다(종합)

정부가 외환법을 전면 개편하는 건 1999년 현행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한 이후 23년 만이다.

이번 신외환법 제정은 근본적인 규제 철학을 바꾸는 작업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과거 외환위기 트라우마 등에 따라 만들어진 '외화 유출 억제'라는 철학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외환거래 제도를 마련한다는 의미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원칙적 자유·예외적 규제'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외환거래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겠다"며 "거래 절차를 쉽고 단순하게 바꾸고 효과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위기 때 대외건전성 회복을 위한 조치도 실효성 있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외환거래 사전신고 의무폐지…기존 외환법 폐기하고 새로 만든다(종합)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외환법의 제정 필요성과 정부가 제시한 방향성 등에 대해 공감했다.

인구 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3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 철저히 밝혀야 | 중앙일보 경제구조 변화 속에서 대외자산을 늘려 이를 통한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외환시장 개방을 확대할 경우 시장 변동성 확대, 역외탈세 등의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증권사 등을 고려했을 때, 비은행으로 외국환 업무를 확대하는 경우 거시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거래가 확대되고 새로운 유형의 자산이 나오는 환경도 법 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국장은 "올해 말까지 신외환법 개편의 기본 방향을 만들려고 한다"며 "가급적 연말까지 연구해서 법안이 어떤 모습일지를 국민들께 밝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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