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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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대 기관투자자들의 5% 이상 지분보유 기업 수. 2017년 기준. [자료 : 캐피탈IQ]

공기업의 이익 극대화, 부담은 오롯이 국민들 몫

공기업은 공공(일반대중)이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이다. 공기업은 국가의 지원과 관리, 보호 속에 영업활동을 하는 만큼 일반회사처럼 이윤 극대화만 추구해선 안 된다. 공기업의 이윤 극대화는 공공의 부담 최대화로 이어진다. 그 때문에 공기업에는 일반기업보다 더 엄격한 사회책임경영(CSR)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공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은커녕 이윤과 효율의 논리에만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까닭도 바로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주요 공기업들의 재무적 성과는 뚜렷하게 좋아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매출액 기준 5대 공기업(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의 2013년 이후 영업이익(연결 이익 극대화 기준)을 보면, 가스공사와 수자원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한전의 영업이익은 2013년 1조5190억원에서 2015년 11조3467억원으로 2년 만에 무려 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전이 기록한 2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13.16%), 현대자동차(6.91%), 에스케이텔레콤(9.97%) 등 재벌 대기업에 견줘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막대한 이익이 경영 효율화나 서비스 개선에 따른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국민을 상대로 독점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합리적이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기업 본래의 설립 목적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6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공공임대주택의 사업 승인 건수가 2013년 2만2000여건에서 2015년 4700여건으로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채비율 축소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목적 사업을 등한시했다는 방증이다. 철도공사의 경우 2014년 케이티엑스(KTX) 주중 할인(7%)과 역방향 할인(8%)제를 폐지했다. 2013년에는 포인트 적립제도를 유효기간 3개월짜리 쿠폰 발급으로 대체하면서 장기이용객에게 사실상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런 변칙적인 요금 인상으로 철도공사의 영업이익은 2013년 2천억원에 가까운 적자에서 2014년 1천억원을 살짝 넘는 흑자로 급반전했다.

지난해 한전이 거둔 막대한 이익도 25%에 이르는 전기판매 마진율이 결정적이었다. 한전은 지난해 발전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로부터 킬로와트(㎾)당 84원에 구입한 전기를 소비자에겐 평균 112원에 판매했다. 유가 및 원재료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요금 인하 여력은 그 어느 때보다 충분한데도 한전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요금은 요지부동이다.

공기업들은 성과를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최근 3년간 5대 공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배당과 성과급 등 주주와 임직원에게 배분된 경제적 가치에 견줘 지역사회나 취약계층을 위한 지출엔 인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은 지난해 약 2조원을 정부와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줬다. 한전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무려 6.2%로, 시중 예금금리의 3배가 넘는 고배당이었다. 임직원들에게도 풍성한 뭉칫돈이 돌아갔다. 지난해 한전은 성과급으로만 무려 3600여억원을 풀었다. 하지만 한전의 사회공헌활동 지출은 연평균 3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토지주택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1조원에 이익 극대화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두면서도 사회공헌활동 지출은 연평균 60억~70억원 선에 그쳤다. 이는 매출이나 자산 규모에서 비슷한 민간 대기업에 견줘 매우 적은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하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활동 백서’를 보면, 영리 대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세전이익의 3%가량을 사회공헌활동에 지출한다.

이처럼 국가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독점대행하는 공기업들이 정작 자신들의 사명인 공익 활동엔 소극적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기조에 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확 달라진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부터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도로 공공기관 민영화, 통폐합과 효율화, 기능 재조정 등을 담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2008년 선포하고, 2009년부터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공공기관 선진화 및 경영효율화 추진관리 항목’이란 것을 신설해 효율과 수익성 지표를 개선한 곳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겨 인사와 예산 배정에 혜택을 줬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기조도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그 내용은 부채를 줄이고, 효율성과 이익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기업들이 사기업 못지않게 돈벌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공기업들의 낮은 인식 수준도 공공성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국제적 표준으로 강화되는 추세인데, 국내 공기업들은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 내놓은 ‘201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공공기관은 24곳에 그쳤다. 2010년 이후 줄곧 35곳 안팎의 공공기관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것과 견줘 약 30% 줄어든 수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재무제표처럼 공시 의무는 없지만,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해당 기업의 경제 및 사회적 활동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매체다. 보고서 발간이 줄었다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의지와 사회적 책임 의식이 미약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공공기관조차도 국제표준에 걸맞은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일반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반영한 ‘공공기관 보조지표’(Public Agency Supplement)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해 국내 공공기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운데 이를 보고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기업이 공공성을 추구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려면, 우선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경영에 공공의 이익이 반영되려면 사회적 견제와 감시가 보장되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기업 내부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이익 극대화 대표하는 독립기구의 설치를 제안한다. 박기찬 인하대 교수(경영학)는 “해당 공공기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컨트롤타워, 즉 사회책임경영을 살피는 거버넌스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진 교체가 잦은 공공기관의 여건상 조직 내부에 이런 상설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정부나 공기업 경영진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경영진의 치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동욱 한국표준협회 선임연구원은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내부 구성원들이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영 활동으로 구현했을 때 의미를 갖는다”며 “따라서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의 자발성과 인식 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익 극대화

[주주자본주의 실패에서 배운다] ①주주가치 극대화의 함정 - 경영진, 근로자, 소비자의 상호이익 도모하는 '관계자 자본주의' 몰락 - 주주이익 극대화 목표로 하는 '주주자본주의' 부상

편집자

  • 기사등록 2019-03-04 09:28:33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주주자본주의의 성과와 개선점, 향후 전망을 짚어보는 '주주자본주의 실패에서 배운다'를 연재합니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본격 등장한 주주자본주의는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양극화, 승자독식, 극단적 경쟁논리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전망도 짚어봅니다.

[더밸류뉴스=정세진 기자]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키워드가 바로 ‘주주가치 극대화’이다. 주주가치 극대화란 기업 경영의 목표는 주주의 이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주주가치 극대화에 기반한 기업 경영은 경영진에게 과도한 보상이 주어지거나 잠재적인 투자 혁신 포기, 근로자 임금 삭감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은 이론상 지극히 당연한 데 왜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2007년 4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전야제에서 주주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워렌 버핏이 참여해 축제 형식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 우드스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 1980년대까지 미국 재계 지배한 '관계자 자본주의'

미국에서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이다. 이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CEO들은 기업 경영의 근간을 '관계자 자본주의'에 두고 있었다. 관계자 자본주의란 경영진, 근로자, 소비자, 공급자 등의 경제 주체들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움직이면 자본주의가 발전한다고 보는 이념이다. 당시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서로를 도우면서 일하면 기업과 사회가 발전한다는 연대 의식을 갖고 있다.

이 시기 미국의 기업 경영자들은 자기 회사의 이익에 앞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도 회자되는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말은 바로 당대의 기업인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1953년 당시 미국의 초우량 기업 제너럴 모터스(GM)의 CEO 찰스 윌슨(Charles E. Wilson)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의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됐다. 당시에는 미국 기업의 CEO가 정부 요직으로 옮기는 일이 빈번했다. 미 상원의 인준 청문회에서 찰스 윌슨은 어느 의원으로부터 “GM의 이익에는 반하지만 미국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찰스 윌슨은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사진=미 국방성 홈페이지]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와 같은 이해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해 동안 나는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GM)는 아주 큰 회사며, 그래서 미국이 잘돼야 하는 회사다.”

◆ 경쟁 격화하면서 주주이익 극대화하는 '주주자본주의'로 변모

이같은 관계자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기업인들의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은 1980년대 무렵부터이다.

무엇보다도 마이크로 소프트(MS), 애플 등 신규 경쟁자가 속속 미국의 주요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대기업 중심의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덧붙여 일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풍부한 노동력을 강점으로 이익 극대화 자동차, 전자제품,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싼값에 쏟아냈다.

미국 기업 CEO들은 위기를 감지하고 원가 절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기업들은 직원 급여가 과다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원가명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급여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사모펀드, 펀드매니저 등 기관 투자자들의 힘이 커진 것도 이런 변화에 일조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대기업의 주요주주로 속속 등극하고,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거침없이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CEO들은 이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미국 10대 기관투자자들의 5% 이상 지분보유 기업 수. 2017년 기준. [자료 : 캐피탈IQ]

또 다른 이유는 이들 자신들이 바로 금융투자자들의 강력한 동맹세력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즉, 급여체계가 스톡옵션 위주로 바뀌면서 '주주가치 극대화'는 'CEO 이익 극대화'와 동의어가 됐다. 미국 기업 CEO들이 경영 이념으로 '관계자 자본주의'를 버리고 '주주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 주식시장이 자금유출창구로 변모

이 무렵 미국 경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주식시장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빼가는 자금유출창구로서의 기능이 강화된 것이다. 주식시장이 발달할수록 기업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보다는 주주들이 이익을 환수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2005~2014년 사이에 미국 자본시장을 살펴보면 비(非) 금융기업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으로 순 유출된 돈은 연평균 3660억달러(약 410조원)에 이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경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빼냈고, 그 결과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 근로자에 대한 착취도가 대폭 증가했다. 이전 시대에는 업무강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임금이 올랐지만, 늘어난 근로시간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고용안정성도 악화됐다. 이는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겪었던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같은 '주주 자본주의'는 1990년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타고 세계 각국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투자자나 컨설팅회사, 경제학자들도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주주이익 극대화→사회적가치" 美 '기업의 목적' 바뀌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지난 1970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칼럼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썼다. 기업의 목적은 오로지 수익을 많이 올리는 데 있다는 뜻이다. 프리드먼 이후 수십년간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목적은 수익창출을 통한 주주 이익 극대화였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 ‘기업=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명제가 깨졌다. 이익뿐 아니라 직원과 거래처·지역사회에 대한 헌신 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보게 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미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더 이상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이냐 아니냐를 근거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안 된다”며 기업의 목적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기업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 △직원들에 대한 투자 △협력사와 공평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 지원 △주주들에게 장기적 차원의 이익 제공 등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은 기업의 유일한 의무가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이론을 수십년간 지지해왔다”며 “미국 최대 기업 수십곳의 CEO가 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대한 철학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의 이익 및 보상체계가 문제시된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경제 불평등과 불공정거래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임금 불평등과 근로조건 같은 불만에 직면한 CEO들이 오래된 기업 경영원칙을 바꾸기로 약속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성명이 단순한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요 기업 CEO들이 공개적으로 성명을 낸 만큼 최저임금이나 이익 극대화 급여체계 변경, 환경보호 강화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성명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배라 등 총 181명의 CEO가 참여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email protected]

이익 극대화

박현종 bhc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017년 4월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bhc제공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비현실적인' 30%대 영업이익률을 고수하려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bhc 본사의 사모펀드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hc는 2013년 글로벌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부터 현재까지 ①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한 뒤 ②회사를 되팔아 ③투자 수익을 챙기는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경영 전략이 ‘자칫 가맹점을 말려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사업 구조’라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기본적으로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물품 거래를 토대로 굴러가기 때문에, 본사 수익이 극대화되면 그만큼 가맹점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가 지나치게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면, 소상공인이 중심이 된 가맹점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세피난처에 최상위 지배 기업 포진

14일 학계와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bhc는 2013년 외국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단기 이익 극대화→몸값 올리기→재매각’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18배 이상 치솟았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당시 CVCI)은 2013년 5월 bhc를 1,130억 원에 인수했다. 로하틴그룹은 해외에 FSG(프랜차이즈서비스글로벌리미티드)를 설립해 bhc 지분 100%를 인수했고, 국내에는 FSG의 종속기업인 FSA(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를 만들어 bhc를 운영했다.

2013년 bhc 인수구조. 그래픽=김문중 기자

FSG가 FSA를 통해 bhc를 지배했던 2014~2016년 bhc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2014년 12.5%였던 bhc 영업이익률은 2016년 22.6%로 껑충 뛰었다. 3년 만에 이익률이 2배가 된 셈이다. 당시 bhc의 경쟁 3사(교촌·BBQ·굽네) 영업이익률이 6~8.7%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로 평가된다. 로하틴그룹은 bhc 인수 4년 만에 인수 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2013~2017년 bhc의 최상위 지배 기업이었던 FSG(프랜차이즈서비스글로벌리미티드)는 2013년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몰타에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bhc 안팎의 금융거래 과정이 꽁꽁 숨겨져있다는 점이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bhc의 실질적인 지배회사인 FSG는 2013년 5월 대표적 해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몰타(Malta)에 설립됐다. 업계 관계자는 “몰타는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불투명한 자금거래의 온상이 되는 곳”이라며 “당시 bhc가 지배기업인 FSG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재무적으로 건실하게 성장한 것인지, 포장만 잘 돼있고 속은 비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bhc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직후인 2014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유한회사는 외부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배당금으로 얼마가 나갔는지, 원가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가려진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bhc가 이 시점에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사업 구조를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계속되는 매각과 인수로 몸집 불리기

bhc의 최대주주 변천사. 그래픽=김문중 기자

bhc는 이후에도 '매각→인수' 과정을 반복하며 영업이익률을 갱신 중이다. 2018년 11월 bhc는 로하틴그룹을 떠나 '박현종 컨소시엄펀드'(박현종, 엘리베이션 에쿼티파트너스 펀드, MBK파트너스 등)에 인수됐다.

2018년 매각 당시 bhc의 기업가치는 6,8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로하틴그룹은 인수 5년 만에 원금의 5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낸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2년 뒤인 2020년 12월, 글로벌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SSF(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통해 bhc 그룹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bhc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1,130억 원(2013년)에서 6,800억 원(2018년)으로 늘렸고, 2020년 1조8,000억 원(외부기관이 평가한 금액)으로 다시 늘렸다. bhc는 지난해 11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까지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bhc의 현재 지배구조. 그래픽=김문중 기자

bhc를 포함해 미스터피자와 놀부 등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사모펀드에 속속 인수되면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국정감사에서 “외국계 사모펀드가 수익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며 “그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의 고혈을 착취하고, 외식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온갖 불공정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할 경우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모펀드가 들어오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이 투명화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모펀드는 보통 5년 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 이익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이익을 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유통마진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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